와일드 구스 체이스(Wild Goose Chase)

정연두, <와일드 구스 체이스>,  2014, 싱글 채널, 4min  49sec. Courtesy of the artist.

정연두는 후쿠시마 원전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일본 이바라키현의 미토 시(市)에서 아주 우연히 시라토리 켄지라는 한 시각장애인 사진가를 만난다. 작가가 그 사진가에게 그의 낡은 카메라를 대신할 새 카메라를 선물하면서 이 협업이 시작되었고, 카메라에 대한 보답으로 그는 작가에게 1년간, 매달 그가 그의 고향을 매일 거닐면서 찍은 8000여 장의 사진들을 보내주었다. 작가는 사진들 중 1500장을 골라 시라토리 씨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의 유명 피아니스트 오조네 마코토가 작곡한 연주곡 ‘와일드 구스 체이스’에 맞추어 슬라이드 쇼를 만들었다. 그렇게 완성된 약 5분짜리 슬라이드 쇼는 기록 사진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능에 대해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미토 시민들과 앞이 보이지 않는 시라토리 씨의 일상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정연두

 

서울에서 활동하는 정연두는 퍼포먼스 기반의 사진, 영상, 설치 작업에 주력해왔다. 주로 현대인의 일상에서 소재를 발견하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수많은 가능성을 탐구하는 그의 작업은 기억과 재현, 실제와 허구를 교차시키며 타자의 현실을 매번 다르게 반복함으로써 시대의 틈을 드러낸다. 때로 낭만적 감상으로, 때로 현실 비판적 시선으로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본주의 사회의 판타지를 현실과의 미묘한 차이 속에 연출함으로써 환영으로서 예술의 본질을 강화한다.

 
*설치 사진은 울시 보조금을 지원받아 제작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