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이 만지는 것

홍이현숙, <지금 당신이 만지는 것>,  2020, 싱글 채널, 17min 47sec

비대면이 주요한 키워드가 된 시대, 접촉이 금기시된다면 촉감 등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얻었던 감각은 이제 어떻게 체득될 수 있을까. 밖이 아닌 가상의 공간에서 이는 어떻게 구현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을 바탕으로 작가는 북한산 승가사에 위치한 마애불을 바라보며 손으로 화강암을 만졌던 경험을 떠올린다. 까슬한 화강암으로 이루어져있는 마애불은 그 거대한 크기 때문에 한눈에 담기도 어렵지만, 문화재이자 종교적 상징성으로 인해 쉬이 만질 수 없는 대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만질 수 없는 것을 만지기 위해 작가는 손대신 카메라로 가까이, 그리고 멀리서 불상을 천천히 훑고 어루만지며 그 상상된 촉감과 감상을 관객에게 설명한다. 마치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처럼, 작가의 목소리를 통해 관객은 닿을 수 없는 존재와의 접촉을 상상하며 제3의 감각을 그려본다.

 

 

홍이현숙

작가는 가부장적 사회와 시선에 저항하는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몸을 퍼포먼스,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로 이야기해왔으며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대표 작가로 평가받는다. 1988년 처음 활동을 시작해 최근 <휭, 추-푸> 아르코미술관, 2021 전시에 이르기까지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홍이현숙은 미술계 시류에 휩쓸리거나 특정한 매체 혹은 주제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거듭해오고 있다.  

 

* 본 사진은 서울시 보조금을 지원받아 제작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