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밥

강명자, 곽수복, 권영자, 김용자, 복윤옥, 송해나, 유향순, 이강순, 이순희, 정의금, 조분순, 표영숙, 홍성삼, <실밥>, 2020, 가변 설치

전태일 50년의 불꽃을 기억하는 특별전시 《실밥》을 위해 제작된 봉제노동자 14인의 실그림 작업은 생계를 위해 주문 받은 옷을 만들며 30~40 미싱사로 살아온 노동자들이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창작한 작품이다.  당시 작품 제작과 전시는 금천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진행되었다. 

 

 

강명자, <봉제인의 밥>, 2020 

“군대에 가면 짬밥’이라는 것이 문뜩 떠오르잖아요, 근데 금형공장을 갔더니 기름밥이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럼 우리는 실밥을 옷에 너덜너덜 붙이고, 어떤 날은 퇴근 후 버스 안에서도 내 바지에 실밥이 붙어있고. 봉제는 밥이 뭘까 했을 때, 실밥이더라고요. 우리가 노동하는 손 위에 실밥을 얹어서 표현해봤어요.”

 

곽수복, <나는 이렇게 태어났다>, 2020

 “눈만 뜨면 회사 가서 만드는 게 남성복 와이셔츠인데요, 제가 일상적으로 제일 많이 하는 일이어서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소매, 하우스, 앞판, 뒤판, 카라의 본을 떠서 그대로 재현했어요.”

 

권영자,<단결>, 2020

 “옷의 각기 다른 부분들을 미싱으로 박아 연결해서, 옷이 완성이 되어야만 우리가 입고 다닐 수 있게 되잖아요. 제 옷의 연결 부위에는 지퍼가 있어요. 지퍼를 열면 옷이 해체가 되지만 지퍼를 닫음으로써 완성된 옷이 됨을 표현해서, 우리는 노동자들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권효숙, <남녀 임금격차 해소>, 2020

 “아직도 남녀 임금이 너무 많이 차이 나더라고요. 남성들은 큰 기업에서 높은 임금을 받고, 미싱을 하는 여성들은 임금이 적어서 힘들거든요. 미싱을 오랫동안 했지만 너무 먹고 살기가 힘들고, 항상 아침에 일찍 출근해서 밤늦게까지 일하지만 손안에 쥐어지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게 현실이더라고요. 봉제 산업 자체가 임금이 높지 않은데, 그 안에서도 남녀 임금 격차가 있는 게 불합리한 것 같아요.”

 

김용자, <나의 생각과 나의 가족>, 2020

“그전까지는 내가 미싱을 하면서 부끄럽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 생각을 옷 뒷면에 미싱으로 한 땀 한 땀 박아서 글로 표현했어요. 예전에는 부끄럽게 생각했다면, 지금은 자랑스럽다는 생각을 해요. 앞면에는 우리 가족의 띠를 와펜으로 만들어서 표현을 하고, 내 마음속에 있는 가족은 카라 뒷면에 표현했어요. 그동안 부끄럽게 생각했지만 미싱을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가족들과 함께 잘 살아오지 않았나 생각을 해요.”

 

복윤옥, <봉제이 외길 42년을 되돌아 보다>, 2020

“금천구가 전보다 많이 발전을 했더라고요. 빌딩들도 많이 올라갔고요. 반면에 우리 같은 노동하는 사람들은 매일 그 자리 있는 거 같아요. 사회는 빠르게 발전하는데, 노동자들은 그 사회를 따라가기가 힘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송해나, <코로나악마>, 2020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경제적으로 너무 힘드니까 날개를 펼쳐서 탈출하는 형상을 그리고 싶었어요. 뒷면에는 코로나로 힘들고 정체가 되어 있는 현 상황을 악마로 표현하고, 앞면에는 코로나 상황을 벗어나려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온화한 천사의 날개로 표현했어요.”

 

유향순, <오디세이>, 2020

제가 60년을 살아온 인생의 항해를 그린 거예요. 어린 시절은 순조로운 항해가 시작돼요. 오디세이가 출정할 때처럼요. 젊었을 때는 많은 일을 겪었어요. 의상실 들어가면서 매일 오밤중에 끝났어요. 퇴근시간이 기본 9시 반이었고요. 그러다가 좀 더 나이를 먹고는 좋은 시절도 있었어요. 하지만 나이 먹고 늙어 가면서, 희망 없는 깜깜한 밤이 된 것 같아요. 그렇지만 등대도 있고, 별빛도 있어요. 아이들이 있으니까요. 그러다가 날이 밝고 해가 비쳐요. 희망을 갖고 살겠다는 거에요.”

 

이강순, <봉제공 노동자도 기술자의 임금을!>, 2020

“명절 때 입는 색동옷을 희망, 설렘, 아이들로 생각했어요. 젊은 우리 아들딸들도 봉제공장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색동으로 표현했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기술자들의 임금이 높았으면 하는 생각이에요. 저는 생활임금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런 임금들이 정당하게 책정되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이순희, <다람쥐 쳇바퀴 인생>, 2020

“제가 이걸 하면서 제 살아온 인생을 가만히 생각하니까, 다람쥐 챗바퀴처럼 살아온거 같더라고요. 봉제 공장에서 남은 여러 부자재들을 활용해서 다람쥐를 표현했어요.”

 

정의금, <나의 노동의 값>, 2020

“제가 부속 공장을 하다 보니까 부속으로 옷을 만들어 봤거든요, 옷을 보니까 라벨에 따라 가격이 너무 많이 차이가 나더라고요. 나의 노동의 값은 얼마일까 생가하며 표현해 봤어요. 제가 외주를 받다 보니까 단가가 너무 낮게 책정돼서, 시간당 수당이 너무 낮아요. 인건비가 높아졌으면 하는 생각을 표현했어요.”

 

조분순, <장시간 노동, 저임금, 인생을 열심히 미싱 봉제일 했으니, 평화롭고 평등하자>, 2020

“제 인생은 태극기, 촛불, 미싱으로 요약할 수 있어요. 제가 살아온 삶은 상의에 표현하고, 하의에는 노동에 대한 제 생각들을 표현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른 방식으로 작업을 해볼까 생각하다가, 색이 다른 두 개의 바지를 잘라서 하나의 바지로 만들어 봤어요.”

 

표영숙, <젊은 시절 지나고 지금 나는>, 2020

“저는 아파서 회사를 그만뒀어요. 오랜 시간 노동의 결과로 어깨를 수술했고, 아직 손목도 치료받고 있어요. 아픈 부위들, 허리, 어깨, 손목의 통증을 표현하고 이 부위에 약을 붙여봤어요.”

 

홍성삼, <일찍 퇴근하고 싶은 마음>, 2020

“이 작품은 저희들이 계속 매일 늦게까지 일하다 보니까 늦은 밤에 퇴근하게 되어서, ‘해’좀 보고 퇴근하고 싶어서, 해와 구름을 작품으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보통 오전9시에 출근해서 빠르면 저녁 8시, 늦으면 저녁 12시까지 일하고 있어요. 평균적으로 하루에 14시간씩 일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