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예술가들이 오가던 콜트콜텍 기타노동자 농성 천막은 노동자에게, 예술가에게, 연대자에게 공공의 장소였다. 주인과 손님이 따로 없고 엄숙함도 없으며 가능한 서로에게 솔직하기 위해 노력하는 공간이었다. 해고된 삶이 주는 무거움 위에서 언제까지 농성을 해야할지 모를 막막함에도 농담과 여유는 중요한 가치였다. 물론 우리의 노력을 싱겁게 하는 침묵의 시간도 많았다. 받아들이고 견뎌냈다. 너무나 연약한 살들이 부딪혀 상처가 되는 날도 많았다. 현명한 방법이 없을 때 적당한 포기로 서로를 놔주었다. 모두가 같은 기억일 수는 없겠다. 그러나 내게 그 천막은 성실한 관계의 공간이었고 신뢰의 공간이었다. 매주 천막에서 그림을 그렸던 이유는 이 공간이 좋았고 농성 천막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접촉이 나를 성장시켰기 때문이다. 이 규칙적인 방문으로 나는 세상을 감각하고 나를 감각했다. 나아가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어 돌아오곤 했다.
2019년 4월 고용주와의 협상으로 콜텍노조의 11년 장기 농성이 마무리 되었을 때, 노동자들이 비로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안도감과 함께 묘한 상실감을 느꼈다. 축하의 시간을 어색하게 보내고 있을 때 친구가 말을 했다. ‘콜트콜텍 농성장은 진경에게 코뮌이었구나.’ 이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나의 상실감이 이해되었다. 이후 나는 공유지 공간에 전시공간을 설계, 제작하였다. 이 곳은 지원금 없이 전시할 수 있는예술가들의 자유공간이며 협력을 에너지로 삼았다. 이듬해 강제퇴거로 사라졌지만 전시를 통해 그 <마당의 실내>는 재현된다. 상상력이 보호받고, 무모함도 격려 받을 수 있는 안전지대로 우리의 심상에 있는 마당이다.” – 작가노트
전진경
전진경 작가는 1980 년대의 두렁이나 노동미술위원회와 같은 한국 미술운동사 중 민족민중미술운동 단체의 활동과 조직적 한계, 성과를 받아 조직적 규율과 운영원리의 다양화를 꾀하며 1999 년에 결성된 예술창작집단 그림공장에서 활동을 하다 이후 다른 개념의 무정형 조직적 형태를 가진 파견미술가들의 활동에서도 현장의 중심을 지켜왔다. 현재 그의 작업실은 포천에 있지만 지난 3년 6개월간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들의 장기 농성장에서도 작업을 이어왔다. 작가는 대추리, 강정마을, 용산 참사, 한진중공업까지 2000 년대 한국 현대사의 논쟁적 ‘현장’에 동료들과 함께 머물고 연대하며 흔들림 없는 관찰자의 시선으로 시간과 공간을 포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