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원의 부인

알렉산더 클루게(Alexander Kluge), 〈조립원의 부인〉, 2017, 싱글 채널, 6min 13sec

짧은 한 편의 영화로 촬영된 이 대화에서 벨라루스 출신의 작가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1986 년 체르노빌에서 발생했던 치명적인 원전사고 이후 해당 지역에서 제품 조립 업무를 했던 노동자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남성은 원자력 발전소 주변에 있는 마을에서 케이블 분해 작업을 했던 노동자 중 한 명이었다. 체르노빌 사건이 터지고 5 년 후, 그를 비롯한 모든 작업자는 사망했다. 의사들이 이미 피폭된 환자들을 포기한 상태에서 그 조립원은 마지막 해를 집에서 보내게 되었는데, 그의 신체는 이미 너무 기괴하게 변해 몸을 완전히 가렸을 때만 친구를 맞이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의 아내는 매일 남편의 혈관에 보드카 두 병을 주사했고 그의 곁을 지켰다. 이것은 그녀가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전부이기도 했다. 알렉시예비치는 <조립원의 부인 (Die Frau des Montagearbeiters)> 에서 이 여성과의 대화를 회상하며 자신이 이전에 읽거나 배운 모든 것은 그저 ‘서랍 안을 가득 채운 옛 원고들 같다’고 고백한다. 2015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책 < 체르노빌의 목소리: 미래의 연대기 (Chernobyl Prayer: A Chronicle of the Future)> (1997)는 체르노빌 재난을 목격하고 영향을 받은 500명 이상의 개인들과 함께한 구술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알렉산더 클루게(Alexander Kluge)

독일의 영화감독이자 소설가, 문화비평가, 사회학자, 변호사로 분야를 넘나들며 전 방위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사회연구소에서 법률고문으로 일하다가 아도르노의 소개로 프리츠 랑을 만나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1962년 동료 감독들과 함께 ‘오버하우젠 선언’을 발표하며 1960~70년대 뉴 저먼 시네마를 이끌었다. 1987년에는 텔레비전 제작사 dctp를 설립해 지금까지도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이력서들』 『1945년 4월 8일 할버슈타트 공습』 『공론장과 경험』(공저) 『역사와 고집』(공저) 등이, 영화로 <어제와의 이별> <서커스단의 예술가들> <이데올로기적 고대로부터 온 소식: 마르크스-에이젠슈테인-자본> 등이 있다.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게오르크 뷔히너 상, 아도르노 상 등을 수상했다.  

* 본 사진은 서울시 보조금을 지원받아 제작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