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치

천국에서 나를 만나줘

우리는그곳에 있을거야

숲, 바다그리고절벽

가장 깊은 곳에서

다시 한번 너를 찾을거야

너의 젖은 얼굴

마른 꽃들로 이루어진 부케

꽉 움켜진 너의 가녀린 손

나의 모든 짐

네가 나를 만졌던 그 순간

스위치

 

 

소 한 마리의 가죽에 장지아의 자작시와 드로잉들이 인두질로 새겨져 있다. 삶과 죽음을 다루는 시는 누군가 사랑과 실연의 고통으로 도피처를 찾게 될 때 우리의 내적 자아에 스위치를 켠 연인과 바람과 바다 그리고 절벽의 공간에서 마주하길 소망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도로 길들여지거나 컨트롤 되지 않은 상태의 본연의 감각과 취향, 감정, 성적 지향 등은 글귀와 드로잉으로 한결같이 뜨거운 인두로 지짐질 당하며 살아있던 동물의 피부에 타는 냄새를 진동시키며 그려진다. 여리고 약한, 깊이 들여다보기 전엔 알 수 없고, 누군가에게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이야기들로 채워진다.

 

 

 

 

 

장지아

장지아는 사회적으로 금기시된 것을 몸을 통해 다루는 작가로 퍼포먼스, 영상, 설치, 사진을 통해 구현한다. 작가는 사회적 시각을 반영하는 문화적 산물로서의 몸을 다루기보다는 몸의 내적 깊숙한 부분, 감각체계로서의 몸을 다룬다. 고통과 쾌락은 우리의 실존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금기시되었던 욕망은 작가의 상상에 의해 현실에서 미적 언어로 탄생하고 우리 안에 잠재되어 있는 본능을 들여다보게 한다. 작가는 작품화하기 어려운 주제를 일관성 있게 추구함으로써 현대미술의 확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설치 사진은 울시 보조금을 지원받아 제작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