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업무, 초보가능

이예은, <단순업무, 초보가능>, 2021, 싱글 채널, 12hr

작가는 노동의 반복성과 가치에 대한 사유,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경기도 안성 고삼저수지에서 12시간 동안 제자리에서 노 젓는 행위를 통해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쿠팡에서의 근무 사전 신청은 쉽지 않다. 보통 일하고 싶은 날의 하루 전날에 담당자에게 오후 6시에 문자 를 하여 신청을 하는데 보통 30초 정도이면 구인 모집은 끝난다고 한다. (이것은 약 13번의 시도 끝에 알게 된 사실이다.) 어렵게 알바를 신청 한 이후 나는 사전에 안내 받은 대로 일을 시작 하기 1시간 전인 오후 6 시에 이천 덕평 쿠팡에 도착을 했다. 처음에 가게 되면 신입 알바들은 1층 로비에 한줄로 줄을 서고 순서대 로 온 것을 체크 하며 오늘 해야하는 일을 배정 받게 된다. 나는 이날 4층에서 물품 출고를 배정 받았다. 그 렇게 일이 배정 되면 천명 가량의 사람들은 한줄로 서서 각자의 업무가 있는 층으로 하나의 계단을 통해서 올라가거나 내려가면서 각자의 일터로 들어간다….그렇게 계속해서 일은 반복 되고 일이 끝나기로 한 새벽 4시가 된다. 그래도 다행히 PDA에는 조그만 하게 시간이 나와 있어 지금이 몇시인지는 알 수는 있다. (현장에는 어디에도 시계는 없다) 4시가 되어도 아 무 안내 방송이 없기에 중앙센터로 가서 퇴근을 하면 되냐는 질문을 한다. 되돌아 오는 대답은 버스는 운영 하지 않기에 추가 근무를 7시까지 해야한다는 소식이다. 아니, 추가근무 때문에 버스를 운영하지 않는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이다. 이미 걸을 만큼 걸어다녀 지쳐버린 나의 육체는 이제는 질질 바닥에 끌려 다니 듯 물건을 담아 다닌다. 드디어 오전 7시. 퇴근을 한다. 그리고 바로 나와 교체되는 다음 타임의 사람들을 마주한다. 다시는 이곳에서 일하지 않겠다고 결심을 해도 비어있는 통장과 앞으로 나가야 할 금액들을 생각 하고는 다시 일터로 나가게 된다.” – 작가노트

 

*설치 사진은 울시 보조금을 지원받아 제작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