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뱅

이서, 〈배뱅〉, 2020, 싱글 채널, 5min 2sec

배뱅이굿은 서도 소리의 하나로 한 사람의 소리꾼이 장구 반주에 소리와 말과 몸짓을 섞어 배뱅이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으로 연출된다. 문벌 높은 집안의 귀한 무남독녀로 태어난 배뱅이는 태어날 때 어머니의 꿈에서 비둘기 목을 비틀어 버렸다고 하여 이름을 배뱅이라고 지었다. 귀엽고 곱게 잘 자랐으나, 18세에 우연히 병을 얻어 죽었다. 배뱅이 부모가 딸의 혼령을 위로하는 넋풀이를 하는데 엉터리 박수무당이 교묘한 수단을 써서 거짓 넋풀이를 해주고 많은 재물을 얻어 가진다는 내용이다. 작가는 구전의 속성이 그렇듯 그 시대상을 반영하며 더 자극적인 것들로 배뱅이굿을 재해석한다. <배뱅>은 “꽤 옛날, 신분을 뛰어넘은 금단의 게이서사가 누구는 살고 누구는 죽는 세 여성의 서사보다 더 진짜같고 믿고싶게 들릴지 않을까?” 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이제는 오히려 상업적으로 혹은 낭만적으로 소비되는 퀴어서사 속에서 허물어지는 정체성에 주목한다.

 

이서

이서는 퍼포먼스를 주 매체를 쓰는 작가이자 아트디렉터, 모델,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회화적이고 연극적인 무드를 연출하며 젠더퀴어, 장애, 신체성에 관한 시선을 드러낸다. 그는 자신으로부터 기인한 주제의식으로부터 거대담론을 잇는데 직접 작품에 출연하며 미시성을 드러내 그 무게를 완충한다. 재서사화 역시 이서의 주요한 작업방식이다. 그는 부분적으로 정상성을 갖지 못해 가시화되지 않는 이들을 주목한다. 이들이 사회규범과 협상해가며 자신만의 대안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기존의 서사와 함께 풀어내고 기록한다. 

 

* 본 사진은 서울시 보조금을 지원받아 제작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