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ually, the dead are not dead

Actually, the dead are not dead(사실, 망자는 죽지 않았다) 전시 포스터, 2021.

⟪사실, 망자는 죽지 않았다 (Actually, the dead are not dead)⟫는 한스 크리스트와 이르스 드레슬러가 총괄기획한 제 3 회 노르웨이 베르겐 어셈블리의 주제로, 삶과 죽음, 인간과 비인간, 주체와 객체, 비장애와 장애, 과거와 미래라는 이분법을 뛰어넘는 삶에 대한 고민과 탐구를 바탕으로 한다. 2019년도에는 노르웨이 베르겐 도심 곳곳에서 열린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을 통해 현재 살아있지 않은 자들과 우리는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이후 독일 스튜트가르트 쿤스트페어라인 (Wüttembergischer Kunstverein Stuttgart)에서 ‘신체의 반란’, ‘축제의 정치’, ‘인프라의 영향’과 같은 주제별 기획전시를 진행했다. 

 

과거와 미래의 유령들과 소통하고 더 이상 이곳에 존재하지 않거나 혹은 아직 존재하지 못한 자들에 대한 우리들의 책임을 묻는 시도인 ‘사실, 망자는 죽지 않았다’는 생명을 다르게 상상해 볼 수 있는 예술의 실천적 가능성을 조명하고, 삶을 되찾는 방안을 모색한다. 난민을 향한 폭력적인 배척부터 자연 파괴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 있는 죽음의 정치에 대한 질문에 응답하고 반응하기 위해 제 3 회 베르겐 어셈블리는 12 명의 큐레이터, 예술가뿐만 아니라 이론가, 운동가들이 함께 참여했다.

 

 제 3 회 베르겐 어셈블리 컨트리뷰션 큐레이터로 참여한 신보슬 큐레이터를 중심으로 해외 기획진(한스 크리스트, 이리스 드레슬러, 빅터 뉴만)과 임수영 큐레이터, 노순택, 흑표범, 이정식 작가로 이루어진 코어멤버 그룹은 ‘사실 망자는 죽지 않았다’ 한국편을 함께 준비했다. 2021 년 11 월1 일부터 두 달간 토탈미술관 서울과 안성요기에서 진행될 한국편에서는 장애, 노동, 젠더를 주제로 작업하는 다양한 세대와 배경의 국내작가와 활동가를 초청해 유럽에 치중되었던 담론을 극복하고 죽음의 정치를 둘러싼 한국의 상황을 다각도에서 조명하고자 한다. 베르겐과 슈투트가르트 전시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도 워크숍, 스크리닝 프로그램, 커미션 프로젝트 등을 추가하여 ‘사실, 망자는 죽지 않았다’ 한국편은 전시에서 출발한 담론과 질문을 장기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작동한다. 

 

토탈미술관 안성 요기에서 소개되는 1부 전시에서는 최하늘 작가의 설치 신작을 비롯해 텍스타일을 매개로 퀴어 페미니즘, 반인종차별주의 등을 연구하는 이네스 도우야크(Ines Doujak)의 포스터 연작, 신체의 제약과 장애를 극복하고 퍼포먼스로 승화시킨 리사 부파노(Lisa Bufano)의 기록 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이 외에도 한국 봉제 산업의 역사와 함께 해온 강명자를 비롯한 여성 봉제 노동자들이 미싱과 실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그린 의상 작업과 스스로를 피해자가 아닌 ‘성노동자’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기 시작한 여성들의 삶과 노동을 담은 김경묵과 캘롤린기 감독의 다큐멘터리 <유예기간>, 한국 현대사의 논쟁적 현장에서 동료들과 함께 머물고 연대하며 기록한 전진경 작가의 <마당의 안쪽> 드로잉 등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